풍죽 1
성선경
사람살이로 말하자면
어려움을 당해서야 그 마음의 품새가 드러나듯
늘 푸른 대나무도 바람을 맞아야
제멋이다 몇 해 전
서울 동대문 프라자에서 간송전을 보다가
풍죽(風竹) 복사본을 한 점 구해다 놓고
한참을 잊고 지내다 새삼
액자를 하여 거실 벽에다 걸어 놓았다
마음 어지러운 어느 날
가만히 바라보니 내 마음이 다 환해진다
대숲에 든 듯 새소리
댓잎 부딪는 소리 들린다
역시 푸른 대나무도 바람을 맞아야
어려움 이겨 낸 옛 어른 풍모 보여 준다
여린 가지와 흐린 묵향 속에서
어디 저런 기품이 숨어 있었나?
새삼 찬찬히 들여다보게 한다
대숲에 든 듯
세속을 벗어난 듯
내가 잔잔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