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체화한 박수근만의 조형미는 그렇게 구축됐다. 박수근은 초기 실험을 거쳐 물감을 쌓고 말리고 쌓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했다. 단단하고 거친 화면을 만들어 암벽에 새기듯 그가 사는 세상을 그렸다. 잎새가 떨어진 나무를 화면 가득 그렸다. 아이를 업고 광주리를 머리에 인 아낙들이 나무 주변을 오가는 ‘나무와 여인’ 시리즈는 가장을 잃은 상처를 안고 삶을 꾸렸던 전후의 모습이었다.
박수근은 오래 작업하지 못했다. 기량이 절정에 이른 중년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